한 달에 한번 정도 만나서 꼭 식사를 같이 하는 프랑스 커플이 있는데요. 보통 저희 집에서 한번, 그 친구네 집에서 한번 점심 내지 저녁을 먹습니다. 근데 이 친구가 갑자기 퐁듀를 먹자고 하더군요. 엥? 4월에 퐁듀? 겨울도 아니고?
다시 한번 물어봅니다. "진짜 퐁듀?" 겨울에 추우니까 열량 높은 치즈와 바게트를 먹어야 하는 그 스위스 음식?
맞답니다. 이번 자기 집 저녁 메뉴는 퐁듀랍니다.
뭐 집주인이 먹자는 데 뭐 어쩔 수 있나요.
하지만 이왕 먹을거 맛있게 먹어야죠. 점심을 먹 자하니, 일요일 아침 저는 바게트를 사러 갑니다.
차 안 막히는 파리 일요일 아침 순환도로를 타고 도착한 곳은 바로, 2021년 바게트 대회 우승 집인 파리 12구에 있는 Les Boulangers de Reuilly입니다.
파리에서는 매년 바게트 대회를 엽니다.
1994년부터 열린 이 대회는 파리의 빵집에서 참석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바게트 대회 우승자는 1년동안 프랑스 대통령이 사는 엘리제 궁(palais des elysees)에 바게트 를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죠.
보통 일년에 200여 개의 빵집이 참여를 합니다.
이렇게 심사위원들이 어디 빵집인지 알 수 없는 번호가 있는 바게트를 먹어보고, 굽기, 촉촉함, 신선도 등등을 심사하는 것이죠.
2021년 바게트 우승집인 Les boulangers de Reuilly의 외관에는 떡하니 2021년 바게트 우승 집이라고 자랑스럽게 현판이 걸려 있습니다.
2021년 우승자는 42 살의 Makram Akrout 이란 튀니지계 이민자입니다.
언제나 이런 이야기는 약간의 스토리가 있으면 더 흥미로워지죠.
튀니지계 이민자. 네 맞습니다. 튀니지 에서 23살 때 이민을 온 Makram Akrout 는 비자 없이 6년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습니다. 비자를 얻고 본인 빵집을 열기 시작하여, 2020년 12구의 현 빵집으로 이사를 온 뒤 1년 만에 2021년 바게트 대회 우승을 한 것이죠.
하지만 안타까운 소식이 들렸는데, 10월에 엘리제궁에서 Makram Akrout 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고, 이슬라미스트라 판단하여 공급을 끊었다고 합니다. 이에 Makram Akrout 는 소송을 진행하였고요.
가게 내부는 파리 및 프랑스 전역에서 보는 빵집들과 비슷한 인테리어입니다.
많은 프랑스 사람들이 간단히 점심으로 먹는 주식 중에 하나인 샌드위치를 팔고 있고요.
요새 한국에서 많이들 드시는 잠봉뵈르 4유로. 일반 샌드위치 4.5유로, 가격 나쁘지 않습니다.
클럽 샌드위치 종류도 팝니다.
저는 정말 안좋아하지만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키쉬(Quiche) - 계란을 풀어서 만드는 파이 같은 건데 전 그 맛이 싫더라고요.
여러 가지 케이크 종류들도 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먹는 사과파이 케이크,
초콜릿으로 만든 케이크들도 보이고요.
제가 좋아하는 스펙타쿨로스 케이크도 보입니다.
다른 진열장에는 사블레 같은 쿠키들을 팔고 있고요.
디저트류들도 팔고 있습니다.
디저트류들은 직접 만드는 걸 모양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요새 많은 프랑스의 빵집에서 디저트류를 본인들이 직접 만들지 않고, 공장에서 납품받는 디저트류들을 사용하는데요.
물론 그 이유는 디저트 특성상 만드는데 손이 많이 가는 이유도 있고, 원가절감의 이유가 가장 큽니다.
그럼 수공업으로 만든 디저트류와 공장식 디저트류의 구분법은 외관이 너무 일정하면 공장에서 나오는 제품이고,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만드는 제품은 조금씩 조금씩 외관에 차이가 납니다.
다른 한켠에서는 기본 빵들을 팝니다. 브리오쉬, 빵 오 쇼콜라, 쇼 송오 폼므, 빵오헤장, 크로와상 등등
가격은 파리 12구에 위치한 것 치고 싼 편은 아닙니다.
그럼 오늘의 목적인 바게트를 봐봅니다.
여러 기본 빵들과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빵 사이에 바게트가 있네요.
저는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바게트와 일반 바게트를 2개씩 샀습니다.
한켠에는 바게트 및 일반 빵을 잘라주는 기계가 있지만, 바게트는 손으로 직접 뜯어먹는 맛!입니다. ㅎㅎㅎ
바게트를 사서 인증을 해줍니다. ㅎㅎㅎ
그리고 스펙타클로스 케이크 한 조각과 사과파이 한조각도 삽니다.
친구네 가져가서 맛을 봤는데요.
역시 바게트 1등 집 답게 맛이 있습니다.
적당한 소금의 짠끼가 느껴지는 맛과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거에 좀 솔직해 져야 하는데요. ㅎㅎㅎ
1994년 즉 약 30년 아니 제가 프랑스에 온 2005년만 해도 정말 바게트 우승 집에 가면 오!!!!! 오!!!!! 이런 맛이었는데요..
솔직히 말해서 이 정도의 바게트는 이제 동네의 잘하는 빵집에 가면 나오는 맛인거 같아요..
물론!!! 맛이 없다라는 건 아니고요. 10여 년 전에는 굳이 찾아가서 맛을 볼 필요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거죠.
친구네서 바게트를 다 먹지 않고 왔었는데, 친구 와이프가 문자를 보내더라고요. 하루가 지나서 먹었는데도 맛있기는 하더라.. 라고요.. ㅎㅎㅎ
뭐.. 그래도 2021년 바게트 우승자만의 뭔가 특별함이 있었던 걸까요? 아님 그냥 느낌상 그렇게 느꼈던 걸까요? ㅎㅎㅎ
디저트로 사온 두 케이크는 스펙터클 루스는 제가 먹고 사과파이는 제 첫째 아들이 먹었습니다. ㅎㅎㅎ
이렇게 2021년 바게트 대회 우승 빵집인 Makram Akrout의 Les boulangers de Reuilly을 마치겠습니다.
그러면 전 조만간 또 다른 재미있는 스토리로 찾아 뵙겠습니다.
https://goo.gl/maps/mifBtGVkTvEudSbx7
'프랑스에서 > 먹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 맛집] 파리 외노자가 즐겨 찾고 추천하는 파리 맛집들 1편 (108) | 2022.06.14 |
---|---|
[파리 맛집] Berthillon(베르티용) 파리 수제 아이스크림(젤라또)의 원조 (46) | 2022.06.07 |
[파리 맛집] 2019년 세계 피자 대회 우승 및 2021년 유럽 베스트 피자 - Casa di Peppe (카사 디 페페) (94) | 2022.05.23 |
[파리 맛집] 뜨끈한 우동 국물이 생각날때 - Kunitoraya (43) | 2022.05.17 |
[파리 일상] "미슐랑 1스타 이영훈 셰프" 와 에펠탑 보면서 저녁 먹기! (ft. 셰프가 직접 구워주는 고기) (44) | 2022.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