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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취업하기

[해외 취업] 프랑스 현지 회사 취업기 (ft. 이력서 900여개)

파리 외노자 2022. 10. 11.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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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런저런 포털에서 기사를 보면서 해외취업 관련한 글을 몇 개 본 적이 있는데요.

몇 개의 글을 읽고, 제가 프랑스에서 프랑스 회사에 첫 취업, 재취업하던 생각이 나더군요..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유럽 그리고 프랑스에 관심 있으심분들에게,

혹은, 재취업의 단계이거나, 첫취업에 놓이신 분들에게 이런 경우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려 글을 써볼까 합니다..

물론 해외의 경우이기에 한국사정과 같을 순 없지만요.

 

 

2009년 인턴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프리랜서 그리고 정규직으로 인턴 포함 4개의 회사에서 일을 했습니다.

 

1주일 전 이런 글을 썼는데요..

 

 

유럽 시스템을 갖은 대다수 대학은 학사나 석사를 졸업하기 위해서 "인턴" 이 정규 필수과정입니다.

졸업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정으로, 정규직으로 가기 전 과정인 대한민국의 인턴과는 성격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죠.

 

그럼 보통 정규직은 어떻게 되냐?

 

경력직의 경우에는..

4ㅡ6개월의 견습기간을수습기간을 거친 후 정규직으로 되거나, (노동법적으로 이런 경우는 수습기간을 연장할 수 없습니다)

 

신입 경우에 프랑스에서는,

보통 법정 최대 계약직 기간인 18개월을 계약직으로 일한 후 정규직으로 변환합니다.

같은 포스트의 계약직은 1번까지 계약서를 연장할 수 있습니다.

보통 처음 계약서 6개월 ㅡ 12개월 연장(총 18개월) ㅡ 정규직 or byebye.

 

물론 경력직도 18개월까지 계약직으로 일하고도 정규직이 안될 수도 있고요..

 

 

유럽의 노동시장에 대해 살짝 얘기를 하자면..

 

"한국처럼 신입사원 공개채용 제도가 아닙니다"

 

즉, 회사가 공고를 내어 xx명을 채용하는 공개채용이 아닙니다.

지원자가 원하는 회사의 HR에 각자 알아서 이메일이던 우편이던을 보내야 합니다.

물론 전공 관련 협회에 구인 구직란에 공고가 올라오기도,

회사 홈피에 올라오기도, 학교로 요청이 오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2022년 상반기/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이런 시스템이 아닌,

회사에서 필요할 때 OO명씩 채용하는 시스템입니다.

 

 

현재는 개편된 프랑스 지역 지도 - 구글펌

 

Part 01. 인턴 6개월 ㅡ 지인 소개로..

 

첫회사는 석사과정의 필수과정인 2개월의 의무 인턴과정을 4ㅡ6개월 장기적으로 하면서,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을 노려보려고 했었습니다.

실제로 한국 유학생들이 많이 하는 방법이고, 회사에는 2개월만 하고 떠나는 일반 석사 인턴들과 달리, 정규직을 노리는 모티베이션을 보여주는 법이기도 합니다.

 

인턴들은 보통 세후 500-700유로를 받는데 회사에서 부담하는 세금이 거의 없습니다..

보통 대졸(석사 2년) 신입사원 월급이 세후 1800 - 2000유로이고, 회사에서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그 두배 정도이니..

회사 입장에서도 정규직이던 비정규직이던 신입사원 비용의 1/6 만 주면 되니 이득도 이런 이득이 없죠..

 

간단히 프랑스 월급 구조를 설명하면 예를 들어 2000유로를 세후로 받는 월급쟁이가 있다면,

내 월급명세서에는 2600-2700유로 정도가 세전으로 찍히고, 실제 회사 측에서는 대충 4000유로가 나가게 됩니다.

(회사 측 부담 의료보험, 사회보장금, 식비, 교통비 지급 등등)

 

 

첫회사는..

파리의 굵직 굵직한 사무실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 차린 7ㅡ8명 규모의 소규모 아틀리에 형식의 회사였습니다..

처음 3ㅡ4개월까진 "인턴 이후 정규직 하자" 했지만.

인턴이 끝날 시점인 6개월쯤엔 말이 없더군요.. ㅎㅎ

뭐 이곳 프랑스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라서 신경을 쓰진 않았습니다..

 

세금도 거의 없고, 세금을 안내는 방법도 있기에, 회사 측에서는 부담 없이 인턴들을 뽑습니다..

파리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 사무실은 매년 인턴 20여 명(총직원 150여명) 뽑아서 일하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 면접 에피소드 -

 

사장 : "언제부터 일할 수 있어?"

se : "내일?"

사장 : "어?? 나 다음다음 주에 휴가, 다다담주부터 나와"

 

 

 

Paris

 

 

Part 02. 비정규직 1년(프랑스 건축사 과정).. 450여 개의 이력서.

 

석사 과정(학사 3년 + 석사 2년)을 마치고 프랑스 건축사 과정을 위해 일할 회사를 찾기 시작합니다.

유럽대학교의 커리큘럼 과정은 9월 ㅡ 10월에 시작이기에, 보통 5ㅡ6월, 늦어도 7월까지는 취업을 끝내야 합니다.

8월은 바캉스 기간이니까요.

 

저는 인턴 하던 회사 사장의 늦은 답으로 7월이 돼서야 취업활동에 들어갔습니다.

 
 

 

프랑스 건축사 과정을 위해서는 프랑스 건축학교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건축가 행위를 하는 전 세계 어느 사무실에서든 최소 6개월을 일해야 합니다.

전 비자 문제가 있었기에, 프랑스 내의 사무실들에 이력서를 보냅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제 외장하드를 보니.. 첫 직장을 위해 대충 450여 개를 보냈네요..

프랑스 전 지역에 보냈으며, 300명이 넘는 큰 회사에도 보내보고, 1명이 있는 회사에도 보냈습니다. 

 

그 당시 엑셀로 정리한 사무실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직접 뽑아 보낸 곳도 있고,

그중 일하고 싶은 곳에는 1ㅡ2달 간격으로 3ㅡ4번 보낸 곳도 있습니다.

물론 이메일로만 보낸 곳도 있습니다..

 

 

이력서 보낸 거에 대한 연락이요?

 

되든 안되든 답변받는 것만도 감지덕지입니다.. ㅎㅎㅎ

면접을 한 10군데 정도 본 거 같은데.. 면접을 볼 때, 이력서 30ㅡ40개 쌓인 걸 보여주면서,

"우리가 널 왜 뽑아야 하니?"라고 말을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첫 직장 면접 시는 누구나가 마찬가겠지만, 참 어설펐네요..

월급 얼마 원해? 란 물음에 대답도 명확히 못하고, 자기소개해보란 말에 당황하기도 하고요..

 

월급은 정확히 "얼마 줘"라고 말했어야 했고,

보통 면접 시 자기소개는 프랑스에선 거진 없는 일이거든요..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개인적으로 꼭 일해보고 싶던 곳에 이력서를 3번 보냈는데..

연락이 와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면접 에피소드 -

 

몇 월 며칠 시간 되냐? 올래? 라길래.. 갔더니만..

인사담당자가 대충 이것저것 얘기하고 어떤 사람한테 전화하고 대면시키더니, 계약서 작성하자고 하더라고요..

다른 곳처럼 이것저것 캐묻지를 않길래..

 

se : "면접 안 봐?"

담장자 : "응?? 이게 면접이었는데?"

se : "그럼 나 합격한 거야?"

담당자 : "응.."

 

뭐.. 이력서 3번씩 보낸 제 모티베이션을 잘 봤다나.. 뭐래나..

 

 

 

 

Part 03. 프리랜서.. 300여 개의 이력서..

 

1년여의 정규직과 똑같은 노동법의 대우를 받는 비정규직을 뒤로하고, 다시 이력서를 보냅니다.

계약 연장이 안된 이유는.. 흔하디 흔한 이유인 비자 때문입니다..

 

회사 측 ㅡ 비자 가져오면 계약 연장해줄게..

노동청 측 ㅡ 계약서 가져오면 비자 줄게..

 

첫 직장 때는 프랑스 전역에 보냈다면, 이번엔 프랑스 건축사도 땄겠다..

파리지역과 불어권인 벨기에 남부(브뤼셀), 룩셈부르크, 스위스 서부(제네바-로잔) 지역에도 이력서를 보냅니다.

 

 
유럽내 프랑스말을 쓰는 국가들
 

 

첫회사가 나름 좋아하던 건축가이고,

일해보고 싶었던 유명한 큰 회사라 프로젝트 자체는 멋지고 글로벌했지만,

일을 좀 더 디테일하게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물론 1년 차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도 분명 존재하지만.....)

 

여기는 (아마도 서양 나라 대부분) 사수 ㅡ 부사수 개념이 없습니다..

회사 공통 업무 관련이 아니면, 혼자 알아서 다 찾아봐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어깨 넘어서 배워 볼 수 있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좀 더 내 책임을 가질 수 있는 규모의,

일을 좀 더 빨리 마스터할 수 있는 아틀리에 규모의 회사(20 - 30명)로 가고자 합니다.

그렇게 또 300여 개의 이력서를 보냅니다.

 

저장해놓은 각 회사 모티베이션들..
 
 
 
 
벨기에 브루쉘에 면접도 가고,스위스 로잔 및 제네바에도 면접을 보러 가고,

GNP가 10만 불에 가까운 룩셈부르크에도 면접으로 가보지만,

역시나 비자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아직 노동비자가 아닌 매년 갱신해야 하는 학생비자였기 때문이죠..

 

그중 브뤼셀의 한 메이저급 회사는 적극적으로 본인들이 노동청에 알아봐 주고 했지만,

외국인 노동자 고용에 관대한 벨기에도 비자 시스템이 단순하지는 않더라고요..

 

Bruxelles

 

개인으로 진행 시 최소 4ㅡ5개월 걸리기에,

회사에서는 파리지사에서 월급을 받고 브뤼셀에서 일하는 식으로 해볼까 법률팀에 자문도 구해보지만,

이런저런 장애로 인해 당장 인력이 필요한 회사에서는.. 결국 힘들다고 하더군요..

 

 

스위스 같은 경우엔..

유럽인이 아니고 비유럽인이 스위스 학교를 졸업하지 않는 이상 비자를 해결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방법이야 있지만, 글로벌 대기업도 아니고, 세금이 연관된 프로세스를 감수할 회사의 규모가 없었습니다..

 

Lausanne

 

그래서 그냥 파리와 리옹에 집중합니다..

 

그래도 첫 직장 잡을 때와는 다르게.. 1년 경력도 있겠다.. 그 전 회사 네임벨류도 있겠다..

면접을 그래도 20여 군데 본 거 같네요..

몇 군데에서 최종적으로 연락이 왔고, 고민하다가 가장 괜찮아 보이는 20여 명 규모의 아틀리에 스타일의 회사에 취직을 합니다..

 

 

비정규직으로 6개월 일한 후, 사장이 좋게 봤던지, 정규직 및 노동비자로 전환 서포트해준다는 걸,

"프리랜서로 일할게.. "라고 한 후, 비자를 스스로 프리랜서 노동 비자로 바꿉니다..

그리고 3년여를 일합니다..

 

노동비자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게 샐러리맨과 프리랜서 노동비자입니다.

 

 

- 면접 에피소드 (딴 회사) -

 

프랑스의 탑 10안에 드는 한 회사의 프로젝트 매니저 두 명(A. B)이랑 면접을 보는데..

그중 한 명(A)이 유난히 시작부터 틱틱 되더군요..

제 포트폴리오의 3D 이미지를 보곤..

 

매니저 A : 이거 네가 한 거야?

se : 3D 이미지 하는 사람이 한 거지. 내가 한건 뒤에 있어.

매니저 A : 퀄리이티가 틀리네에?

se : 당연한 거 아냐? 너넨 건축가를 찾는 거야? 3D 이미지 하는 사람을 찾는 거야?

매니저 B : 건축 가지.. 프로젝트는 뭐했어(상황 수습하면서..)

se : 블라~ 블라~ 블라~

매니저 A : 연락 줄게..

se : 연락 안 줄 거 알아.. 너 정말 젠틀하더라?

매니저 A : 황당한 표정..

매니저 B : 네가 심했어 표정..

 

 

 

 

 

Part 04. 프리랜서 - 정규직.. 150여 개의 이력서..

 

노동비자를 샐러리맨이 아닌 프리랜서로 선택한 이유는..

그 당시 니콜라 사코지 라는 우파 대통령의 반이민자 정책으로..

회사에서 서포트(약 3000유로의 세금)를 해준다고 하여도,

노동청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비자 발급을 거절하는 상황이었죠.

노동비자 전환 요청 시 거절당하면 퇴거명령서가 나오는 게 비일비재하던 상황이았고요..

 

단, 프리랜서(자영업)는.

샐러리맨의 경우 회사 측에서 부담하는 세금이 많지만,

프리랜서는 자영업자이다 보니 개인이 모든 세금을 부담하죠.

정부 측에서는 외국인을 위해 프랑스 회사가 세금을 납부하는 것보다는.

외국인이 세금을 직접 납부하는 상황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였던 거죠.

 

회사가 어려우니 가장 나중에 들어온 저부터 내보내더군요.. ㅎㅎ

공공 프로젝트만 하는 회사라, 불경기 탓에 몇 개의 공공 프로젝트가 취소되고,

공모전에 당선이 1년 이상 안되니, 회사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지더군요..

회사를 그만둔 후, 나중에 보니 저 포함 5명 정도 내보냈다 하더군요..

 

이런 일이 3번 반복되니,

새로운 회사에 가서 또 웃으면서, 뭐든 다할 수 있어 식의 능력을 보여주고, 새롭게 동료들과 관계도 맺어야 하고..

다시 일을 찾으면서, 새로운 회사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가 정말 싫더라고요..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다시 파리의 큰 회사와 프랑스어권 국가의 큰 회사에만 이력서를 보내봅니다..

다른 국가에서도 일해보고 싶었고 다시 큰 회사에 들어가서 좀 더 큰 프로젝트를 하고 싶더라고요..

 

 

그중..

두바이의 한 회사는 연봉까지 협상했지만. 국제이사나 집은 지원해줘도, 가족에 대한 지원은 해줄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두바이는 건강보험 및 아이들 학교를 사비로 해결해야 하기에 아무리 세금을 내지 않는 두바이라도 이득이 없었습니다.

 

 

프랑스 건축 경기는 바닥을 기고 있고, 취업 활동을 할 때면 느끼는 거지만, 저만 유독 어렵게 하는 건지..

이번에도 참 쉽지 않더라고요..

이력서 20ㅡ30개 (실상은 아닌 걸로 알지만..) 넣고 취직되시는 한국분들도 많으니..

아마도 제 능력이 부족한 것이었겠지만요..

 

암튼 지금 다니는 회사에 8년째 다니고 있는데..

5년째에 정규직으로 바꿀래?라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고민 좀 해보다가..

 

저번 회사와는 다르게 정규직 제안을 수락합니다..

개인적으로 달라진 상황 때문이었는데..

미국의 영주권과 같은 형태의 장기비자를 발급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월급이 실수령액에서 25 - 30 프로 정도 날아갔지만..

대신 1년에 48여 일의 긴 휴가를 얻게 되었네요.

 

그리고 몇 년 동안의 코로나 상황과 건축 경기를 보면 결과론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껴집니다..

 

물론 2021년은 코로나로 모든 직접 간접자본의 투자가 끊겼어서 힘들었고, 올해는 조금 나아지고 있었는데

유럽 동쪽에서의 분쟁이란 변수가 참 또 어렵게 만드네요.

이 상황이 올해도 계속된다면, 내년엔 말도 할 수 없는 불경기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심각한 국가의 정부들도 셧다운을 다시 장기간 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하지만

분쟁은 참 여러모로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네요.

 

 
 

모두들 직장 구하시면서..

직장 다니며, 이래저래 에피소드들이 있으실 테죠?

전 "열심히 인생을 살자" 주의가 아닌 "대충대충 살자" 주의인데..

직장 구할 때는 이래저래 남들보다는 에피소드들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자의던 타의던 직장을 구해야 하는 시기가 다시 온다면..

언제나 와이프에게 미련 없이 고국으로 돌아갈 거라 고 말은 하고 있습니다..

 

 

암튼 어려운 시기에..

모든 샐러리맨들 힘들 내 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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