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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일상] 추억의 첫소개팅 이야기

파리 외노자 2023. 1. 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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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외노자 입니다. 일을 하던 중 동료들과 커피 타임을 갖다가 왜 나왔는 지는 노르겠는게 갑자기 대학교 저학년때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프랑스 동료가 너네 아시아에는 소개팅 즉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라고 하죠. 그런게 있지 않냐고 물어보더라고요.



프랑스는 남녀의 만남에 있어서 소개팅이나 미팅이란 개념이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되는데요. 그러면 프랑스 남녀들은 어디서 연인을 만나냐? 바로 친구들의 집에서 하는 파티에서 연인을 만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인 경우입니다.

암튼 이런 얘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 심심풀이로 하기로 하고요.


다시 소개팅 얘기로 넘어오면, 다들 어렸을 적 재미나거나, 웃프거나, 가슴 아프거나 아니면 지금의 와이프님 아니 남푠님 몰래 아직도 심장이 작게나마 뛰는 그런 인연 있으시죠??

저도 그런 경험 한번(?) 쯤은 있는데요.
저도 한번 이야기 해볼께요.

"내가 왕년에..." 이런 글 쓰면
오!!! 엄청 꼰데 같은 느낌이긴 한데

암튼..

저는 학창시절(중-고등)에 무척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집 - 학교 - 학원 - 도서관 이런 다람쥐 삶을타는 ㅋㅋㅋ
딴 짓은 안했는데 꼭 여자사람친구는 만나고 다녔습니다.

고3 입시에 실패하고 재수를 하고
누구나 그러듯이 6년동안 원하지 않는 공부를 했기에
대학에 가서 원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 소신지원을 해서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부푼 청운의 마음을 품고 대학 푸르런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며
"자!!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 한번 되보자" 라고 맘을 먹고 여자사람도 멀리 하기도 했고요

근데 생각보다 대학 생활이 재미가 없는 거에요
매일 술만 마시고 술 마시는 걸 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주량 자랑하면서 니가 더 잘 마시네 내가 더 잘마시네 하는 그런 취미는 저에게 없었거든요

그런 것보다 저는 어디 분위기 좋은 곳 가서 좋은 음악에 맛있는 음식 먹는 게 더 좋았습니다

그리 재미나지 않은 신입생 생활을 하고 있던 와중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겼어요
그뒤로 더더욱 삶의 의욕도 잃고 일상에 재미란 하나도 없는 그런 삶을 살아갔었죠

너무 가슴이 뻥 뚤린 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여자 사람을 좀 만나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다 동원해서
2주 조금 넘는 기간 동안 7-8번의 소개팅을 했던거 같습니다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소개팅을 한거 같아요

본문 내용과 아무 상관 없음


대학 들어가자마자 안한 건 아니지만
정말 이때는 뭔가에 홀려서 미친듯이 해댄 거 같아요

사실 저는 소개팅에 나가면 나름 전략적으로 움직였어요.

첫번째는 사람 많은 곳에서 만나요, 단 제가 즐겨 찾고 아는 동네로요
이유는 사람 많은 곳에서 만나면 아무리 첫 만남의 상대라지만, 길을 갈때나 어디에선가 기다릴때, 둘이 붙어 있을 수 밖에 없거든요
차가 오거나 앞에서 사람이 갑자기 나와 둘 사이를 띄어 놓는 상황이 발생할 시
상대방 어깨에 살짝 살짝 손으로 가볍게 끌어오면서 제 쪽으로 다가오게 하는 "메너" 스킨쉽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수 있거든요.

즉 첫만남이지만, 나에게 친숙한 상대방에게는 덜친숙한 공간이라면 상대방이 나를 의지(?)할 수 있게 되고 친밀도를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내가 자주 가는 동네여야지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다음 행선지를 쉽게 정하거든요.

본문 내용과 아무 상관 없음



두번째는 만남 시간을 대략 오후 4-5시로 하고 살짝 커피를 마신 뒤 저녁을 먹고 헤어집니다.
뭔가 아쉬움을 두는 거죠 이유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5-6시간 이상이면 힘들고 지치거든요.

그리고 첫만남엔 절대 안 데려다 줬어요
버스나 택시면 타는 거 보고, 지하철이면 입구에서 "잘가세요" 하고 헤어져요.
그래서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면 "본인을 맘에 안 들어했던거." 같구나 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었어요

세번째는 같이 뭔가를 사러가요. 여자 용품으로요.
멘트는 "친누나가 낼모래 생일인데, 아직 선물을 못 골랐다. " 뭐 그런 핑계를 되면서요..
머리 핀이나 작은 악세사리를 같이 고르면서, 상대방의 취향도 물어볼 수 있고..
공통의 주제가 생기면, 특히 여성분의 관심 주제를 끌어올 수 있는 것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분위기 및 이야기를 나눠갈 수 있거든요.




다들 아시잔아요.
소개팅의 그 애메한 분위기요.
결국 이 여성분과 잘되기 시작하면 솔직히 고백하는 거죠.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누나가 있는 건 사실인데, 너 줄려고 그때 산거다 뭐 이런식으로요.

대부분 좋아했던 거로 기억해요.
결국 그렇게 뭔가를 같이 고르고, 골라달라고 부탁할때는..
여성분들은 대부분.. 저에게 소중한 누군가의 선물이라면.. 처음 만난 사람의 부탁이지만.. 신중하게 고르시고..
결국 본인이 생각할때 좋은 악세사리 브랜드를 추천해주고, 정말 심사숙고해서 최신 유행으로 디자인을 골라주시거든요.

몇가지 써 먹었던 전략이 쬐금 더 있는데 다 공개하긴 그렇고.
언제나 성공한 건 아니지만 나름 잘되고 싶은 여성분들에게는 나름 성공했던 전략이었어요.



그날은.

날씨가 덥지만 산산히 바람이 불어 시원한 느낌이 드는 7월의 어느 여름날이었어요.



수 많은 소개팅에서 마지막이 될 수 밖에 없던 소개팅 이었을꺼에요.

언제나 그렇지만.
제가 먼저 커피숍에서 기달리고 있는 중이었는데..
카페 입구 문에 달린 방울이 "딸랑" 울리면서..
원피스를 입고, 긴 생머리기 허리 까지 내려오시는 여성분이 들어오시더라고요..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카페 이리저리 흝어 보시고는 저에게 다가오시더라고요.

저보다 한살 어리지만 나이보다는 성숙해보이는 외모.

"파리 외노자" 씨 맞으시죠? "
"누구언니 소개로 나온 누구" 에요.. 하면서요.

지금 글 쓰는 순간에도 근 20년도 넘은 이야기인데
그 장소와 그때의 관경이 눈 앞에서 펼쳐지네요.


이 분은
저런 전략적인 행동을 하고픈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분이었어요.

사실 저런 전략은 애매한 소개팅 상황에서 상대방에게 어떻게든 내 호감도를 높이려고 하는 어찌보면 어색한 행동인데.

이분이 등장하면서 머리가 비어버리더라고요.

그래도 하나 지킨건 저녁까지만 먹고 헤어진 건데.
처음으로 제가 다 아쉬운 맘이 들더라구요..

"아 조금만 더 같이 있을걸.."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할 걸 그랬나?"

다행히 이 분도 제가 맘에 들었는지 에프터를 받아 주셨어요.

두번째 만남을 하는데.
저는 두번째 만남에서 꼭 하는 게 있어요
멀건 가깝건 무조건 집 근처로 모시러(?) 가는 거에요

다만 차는 안 가져가요
아직까진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 어떤지 모르니까요.
사실 이건 첫번째 만남에서
"저 사람이 나를 맘에 들어 하나?"
라는 의문이 드는 시점에

상대방 집근처로 데리러 간다라는 건.
"매너"의 개념이 아닌
"당신이 맘에 들어요.. 더 만나보고 싶어요.."
즉, 제 맘을 솔직하게 내 비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두번째 만남에선
만두국을 먹으러 갔었어요.
첫번째 만남 이후, 두번째 만남에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전화를 통화하다가 그 친구가 만두국이 먹고 싶다 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먹으러 가자고 하고, 공식적인 첫번째 데이트 신청을 했었어요.
사실 그곳이 저도 어머니와 어렸을적 추억이 많이 담긴 곳이라 오랜만에 가보고 싶었거든요.

하도 오래전에 갔던 곳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첫번째 골목인지, 두번째 골목인지 좀 헤메긴 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말해줬는데.
전화통화한 날이 비오는 날이라, 그냥 한번 정말 별 뜻 없이 꺼낸 얘긴데.
제가 적극적으로 가자고 해서
"본인을 맘에 들어하지도 않는 거 같은데.."
가자고 해서 좀 당황스러웠다고 했어요.

이 두번째 만남 이후론 서로에 대한 호감도 확인하고
남은 방학동안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시작했어요.


세번째 만남부터는
상대방 마음이 어떤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그러는 재보능 거 없이
솔직하게 진솔하게 제 모습 보여뒀던거 같아요.

물론 상대방도 두번째 만남이후 부터는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했던거 같아요.

둘다 방학때이다보니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일매일 만났던거 같아요.
남산도 다녀오고, 북악 스카이웨이도 다녀오고 한강변에 차 대 놓고, 이 얘기 저 얘기 하고

하루하루를 "썸" 타는 거 이상의 그런 느낌을 가지고 만났던거 같아요.
사귀자고 고백하려는 "타이밍"만 잡으면 되는 거였었죠.


하루는
오늘은 꼭 고백을 하고 사귀자고 말하자. 란 맘을 먹고 데이트를 했어요.
교보문고에 가서 본인들이 읽고 싶은 책 한권, 상대방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 한권씩 사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쯔음 그친구의 집 근처의 한강변을 산책하는 중이었는데.
딱 말하려는 타이밍에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타이밍을 놓쳐 버렸네요.

언능 차에 들어가서 젖은 옷과 머리를 털어내는데..
헉.. 왜그리 설레던지..

정신을 가다듬었지만, 이미 타이밍은 지나갔었었죠.


이 친구도 나중에 얘길하길..

"어!! 들어올때가 됐는데..."
"오늘인가 보다.."
"아.. 이놈의비.."

이렇게 생각했다고 하네요..

그 날이 지나고
어느날부터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었어요.


하루는
이 친구가 할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첫번째 만남때부터 언제나 환하게 웃어주며 말을 건냈던 그녀였는데
그날은 처음 본 그 순간부터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나 싶은데,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뜸 들이더니.


"오빠, 나 이민가"


"사실 저를 만나기 전부터 가족전부가 이민 가는 거였어"
"이민 가는 거 오래전부터 정해진 거였는데.. 그래도 한국 대학 생활 조금이라도 해보고 싶었고.."
"소개팅도 안하려다가 했는데.."
"오빠 만나서.."

이게 무슨 갑자기 천재지변으로 발생하는 이산가족 얘기도 아니고.
그 친구가 그 말 하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는데..
참 뭐라 할말이 없더라고요.

어린치기에,
이민가면 어떠냐..
못 볼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겨울 방학때 내가 놀러가면 되지 않느냐.

사실 그때 당시는

"이민"이란 것이 어떤 의미인지
"롱디"가 어떤 것인지

아직은 어리기만 하고 사랑이 뭔지 성숙하지 못 했던
작은 행동 하나에 가슴이 뛰고, 가슴이 아플수 있던 시절이었고,
하루하루 매일매일 만나던 우리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 었던 걸 몰랐었죠.


그날을 계기로 사귀기로 했어요
제가 원하던 고백방법과 고백장소, 고백시점은 아니었지만요.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녀는 한달반 뒤에 이민을 갔어요.


참 생각해보면
정말 행복했던 기억이었어요.
약 2달 반동안의 시간은요.


한참 가슴이 뻥뚤리고 아픈 시기였는데.
정말 제가 그당시 찾던 가치관과 심성 그리고 외모까지 가졌던 친구였었어요.
이 친구로 그때의 잃어버린 감정을 찾을 수 있었구요.


물론.
이 친구가 이민을 가지 않았다고 한들
계속 관계가 유지가 될 수 있었을지는 모르죠.
아시다시피 나녀 관계는 아무도 모르는 거잔아요.

특히나 20대때의 우리는요.


이 글을 쓰면서 20여년닌 훌쩍 지난 과거의 이야기지만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다들 이런 스토리 하나쯤 가지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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